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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A YU
유시라
‘어떤 이는 태어난 누군가를 위해 고추, 숯, 솔잎 등을 새끼줄에 끼워 대문이나 길 어귀에 묶는다. 또 어떤 이는 죽은 누군가를 위해 장례식을 열고 수의를 입힌 뒤 염포로 묶어 입관식을 치른다.
언제 어떻게 생겨난 지 모르는 이 관행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묶음으로, 탄생의 시작을 축복하며 기쁨을 채워가기도 죽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슬픔을 비워가기도 한다.
전혀 다른 의미의 절차 안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은 모든 생명은 고귀하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관행이지만 그 안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기도 한다는 점이다. 묶고, 뿌리고, 널고..’
‘그것을 묶음으로: Birth-Death’의 시리즈 중 하나로, 해당 시리즈에서 금줄과 입관이라는, 생(生)과 사(死)의 전혀 다른 관습 안에서 등장하는 묶음의 행위들을 고찰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아기가 태어나면 새끼줄을 꼬아 탄생을 축복하고 부정(不淨)을 막고자 했으며 또 사람이 죽어 입관할 시에는 사후세계에서의 고인의 평안을 빌고자 시신과 관을 끈으로 묶는 염습을 치르기도 했다. 이처럼 묶는 행위는 탄생과 죽음의 순간에서 공통으로 이루어진다.
현대화되어가는 과정 속, 이러한 관습들은 많이 변질되고 간략해지기도 했지만, 이러한 관습들을 들여다보며 우리 조상들이 삶의 시작과 끝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 그 두 과정의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탄생과 죽음. 상반되고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 같지만, 결국 이 모두는 삶을 관장하고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이며, 존귀하고 숭고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또 삶이라는 것은 결국 탄생과 죽음, 그 사이에서 겪는 경험들의 집적으로부터 비롯된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묶음이라는 행위를 작품으로 들여와 생과 사 그 자체를 은유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모아 길이와 부피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삶의 형성과 그 속에서의 수행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묶음 다발들은 생과 사를 상징하는 무언가이기도 하지만, 삶을 겪어내는 존재에 대한 사유와 그러한 존재가 살아내는 삶의 길이에 대한 각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는 행위들에 대한 생각을 어떠한 방법으로 꾸밈없이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그 순간들처럼 매체 연구 또한 다시 처음부터 돌아가 보자고 생각했다.
수십 번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한지의 제작 과정들을 처음부터 계속 돌려보았고, 그러다 한지의 원재료인 닥나무 줄기가 가진 순수성, 아무것도 가공되지 않은 줄기 자체를 작업으로 가져와 그것을 묶음으로: Birth-Death 시리즈 작업의 재료로 선택하게 되었다.
시리즈를 이루는 각각의 작품은 컬러를 통해 특정한 인물의 분위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단편적으로 <그것을 묶음으로 : Birth-Death_#14 > 작품만 하더라도 중후한 매력의 남성 노인, 그가 풍기는 분위기에 착안하였다, 이로써 삶의 다양성과 다채로움을 보여주고 싶었고 어린아이, 청년, 노인 등 그들이 풍기는 에너지와 분위기를 은유하는 것으로 탄생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멀지 않게, 여러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이다.
또한 시간성을 담아내는 것들에 많은 영감을 받는데, 혼자 사색에 빠질 때면 항상 생각하고 고민한다.
‘지나간 시간은 어떠한 물리적인 힘으로도 다시 되돌리거나 되돌아갈 수 없기에, 단 한 번 주어지는 이 시간 속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나만의 세계를 주체적으로 잘 구축할 수 있을지. 나는 누구이고, 어디쯤 와있고, 왜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이러한 존재론적인 고민을 해봤을 거다. 물론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더욱 성장하게 만들고, 늘 새로운 관점을 선사해주기 때문에 삶에 꼭 필요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하는 과정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든 생각 속에서 작품을 이루는 재료를 손질하고, 묶고, 고정하기까지 몸, 직접 내 몸으로 일궈내는 노동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직접 손으로 해내는 것으로 그러한 주제에 더 가까이, 더 진심으로 다가가 보고자 하는 것이다.
<Description of the work>
'In Korea, when person is born, people tie chili pepper, charcoal, pine needles on a straw-rope in the corner of their village. Also when someone is dead, people tie hempꠓcloth for shrouding a corpse.
We are not certain when exactly these customs became part of our life. But by tying knots, some celebrate birth and share the joy with others. Others tie knot to swallow sorrow of their loss.
Even though these are completely opposite situation, there is one thing in common: life is worth it. Also by doing this, we get comfort that we need.
By tying, spraying, hanging and dyeing...'
<By Knotting Them : Birth-Death> series, the artist uses paper mulberry stems to manifest the philosophical truth of life.
Semantically, an image linking a bundle of mulberry stems builds a physical composition based on a loose overlap, tightness, twist, and various sized knots from which a solemn act emerges that compare and represents the overall phases of life inclusive of ‘Birth-Death’ of human.
Also, knot and bundle remind a shared perception regarding the life of the contemporary community which entails a complex and hierarchical spatial cognition of time along with the conflict, collision, sympathy, and harmony.
Furthermore, through its perception, society adjusts to unconventional circumstances and accordingly transforms a way of thinking.
Through the work, the artist encourages audiences encountering ‘Birth-Death’ to suggest questions.
The process of questioning will develop and stimulate a new perspective amidst the world experiencing endless changes and uncertainties.
‘Who am I, where am I now, and why am I here?’
Description of the work: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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